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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반자전거길, 소양강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

[의암호반 풍경 사진 슬라이드 쇼 30 매, 17 MB]


▣ 추억으로 찾아간 춘천 나들이

▲ 의암호반 사진

의암호반자전거길
의암호반자전거길
의암호반자전거길
의암호반자전거길
소양강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

 

▲ 생각나는 대로 1

2017년 10월 2일, 춘천역에서 명동 닭갈비 골목까지, 그리고 위도 쪽 인형극장에서 의암호반을 따라 춘천역까지 걸었다.

예전 춘천 명동의 닭갈비집은 군장병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닭갈비 자체도 맛있었지만 덤으로, 눌어붙은 야채조각에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당시 타지에서 온 군인들은 주로 진로소주를 곁들여 닭갈비를 먹었는데 요령(?) 있는 주인은 진로 소주병에 경월소주를 담아 내놓기도 하였다. 진로 소주병의 라벨이 헐을 정도로 사용한 집도 있었으니 당시 진로 소주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미루어 알 수 있다. 한 번은 친구가 원형 테이블 위에 있던 주전자의 물을 마시다가 깜짝 놀란다. 닭갈비와 야채류를 판에 올려놓을 때 붓는 닭기름을 물주전자와 착각하여 마신 것이었다.

당시 닭갈비를 얇게 뜰 수 기술을 가진 사람은 시장에 한두 명 밖에 없다고 하였다. 훗날 찾은 명동닭갈비골목의 한 음식점의 닭갈비는 옛 닭갈비와는 사뭇 다른, 두툼한 생김새였다. 이번 춘천 명동 나들이에서 닭갈비를 먹지 않고 숯불닭갈비를 시켜 먹었다. 한 달 전 찾아갔던 요선 막국수집 숯불닭갈비가 꽤 괜찮은 집이었음을 새삼 실감하였다. 춘천 명동의 숯불닭갈비는 젊은 여행객 위주의 맛집이고 요선막국수집의 숯불닭갈비는 토박이들도 찾을 만한 맛집이라고나 할까.

춘천 명동에서 택시 타고 옛 위도 나루터(선착장) 입구에서 내려달라 하였더니 기사분 그곳을 기억하고 있었다. 1981년 위도는 여름날 젊은이들이 배 타고 들어가 야영하며 밤새 노는 곳이었다. 위도를 헤엄쳐 들어가다 여럿 익사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이유가 뭔지 궁금하였다. 물가의 물은 따뜻하였기 때문이다. 위도를 헤엄쳐 다녀오기로 하였다. 도강 도중 수영을 멈추고 발을 아래로 늘어뜨리자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물이 발에 닿는다. 표면수는 따뜻한데 바로 아래층의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1981년 처음 부대 배치를 받고 위도 근처 숙소에서 잠자다 기이한 소리에 잠을 깼다. 귀신 울음소리 같은 천둥소리라고나 할까. 위도 주변과 그 상류는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춘천댐에서 밤에 물을 방류하면 의암호 상류의 얼음이 몇 킬로미터에 걸쳐 갈라지며 나는 소리라고 하였다. 낮에 보면 얼음 갈라진 흔적이 없으니 사실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해 여름 비가 많이 내려 춘천댐 수문이 활짝 열리자  강(의암호) 수위가 높아져 육림공원이 물에 잠겨 사자와 호랑이 등 맹수가 쇠 우리에 갇힌 채 머리만 물 위로 내밀고 있었으나 출입구가 물아래 잠겨 있어 손써볼 방도가 없었다. 그때 뭇사람이 물구경 동물 구경하러 둑방에 모여들었는데 으르렁 거리며 흐르는 강물에 강둑이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이제 위도를 오가던 배도 끊긴 지 오래고 거리에 멋지게 늘어졌던 버드나무 가로수도 사라지고 근무했던 부대도 이전하였다. 육림랜드(육림공원)에서 소양교까지 의암호반의 자전거길(북한강 순환 자전거길)을 걸었다. 이 자전거길은 인도가 없으므로 뒤에서 달려오는 자전거를 조심하며 얌전히 걸어야 한다.

늦은 오후의 의암호반길, 해저무는 소양강 다리, 저녁 어스름의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아름다웠다. 추억으로 찾아간 춘천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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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나는 대로 2

2017년 9월 3일, 소양동 기와집길과 요선동을 걸었다.

기와집길 골목의 감나무
기와집길 건너편 고층아파트
기와집길 조망 (춘천역 쪽)
기와집길 조망 (고구마섬 쪽)

요선동을 둘러보았으나 요선터널도 사라졌고 장미촌 거리도 바뀌어 어디가 어디인지 알 길이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기와집길이라는 곳에 이르렀는데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담을 넘어 골목길에 열매를 늘어뜨렸어도 손을 타지 않았더라. 기와집길 언덕 위 길에서 춘천역과 의암호를 바라보았다. 기와집길 곳곳에 재개발 관련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사라져갈 소양동 골목길
소양동 골목길
소양동 골목길

 1981년 어느 날 춘천명동에서 군 동기생과 쇠주 한 잔 하고 소양교 쪽 군단 비오큐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둘이서 군복을 입은 채 캠프 페이지 정문 쪽을 향해 내려가고 있을 적에 길가에 서 있던 한 여자가 내 모자를 벗겨 어둠 속으로 달아난다. 뒤따라가 신발 신은 채로 그 집 방문들을 일일이 열어보고 신발장을 확인하자 주인(?)이 달려 나와 (장미촌은 군인 출입금지 지역이었고 우리를 단속 나온 군인으로 착각한 듯) 군인이 없다며 손사래 친다. 모자를 돌려받고 그 집을 나서자, 사열받듯 옆집 주인이 문 앞에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예정에 없이 집집마다 사열(점호?)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의암호 쪽 시야가 트이는 언덕길에 이르렀을 때, 우리를 뒤따르는 여성들이 수십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몇 시간 동안 합동으로(단체로) 장미촌을 구석구석 둘러본 셈이 되었다. 

요선막국수 내부

옛날 춘천 요선터널 지나 길 양쪽에 막국수집이 있었다. 1981년에 처음 찾아갔더랬는데 두 집 다 같은 집안에서 운영하여 맛이 같다고 하였다. 윗집에 별이 뜨면 (장성의 차량이 보이면) 일선 부대의 하급 장교는 그 집을 피해 맞은편에 있는 아랫집에서 먹었다. 별들도 찾는 맛집이었던 모양이다. 

2017년 9월, 골목길 탐방을 마치고 요선동 요선 막국수라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며 예전 요선터널 쪽의 요선막국수집을 물었더니 그 집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옛 풍경은 사라지고 변했지만 요선막국수라는 이름은 남았다. 요선막국수집 더덕 숯불닭갈비에 딸려나온 옥수수 범벅, 따뜻한 메밀차, 동치미 국물 등 깔끔하고 정성이 깃든 상차림이 마음에 들었다. 


[2017-10-05 작성] [2022-02-08 티스토리 스킨변경 에러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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