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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냐쿠마리 (깐냐꾸마리) / Kanniyakumari (Kanyakumari), India2002
칸냐쿠마리는 인도 최남단에 있는 소도시이다. 동쪽의 벵갈만, 서쪽의 아라비아해와 남쪽의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다. 칸냐쿠마리에서는 세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하여 Tri-sea라는 상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칸냐쿠마리는 힌두 여신의 이름('쿠마리 암만'이라 불림, 쿠마리는 처녀라는 뜻)이란다.
인도 최남단 칸냐쿠마리, 코모린곶 (Cape Comorin)은 마하트마 간디의 재가 뿌려진 곳이기도 하다.
벵갈만 쪽에서 뜨는 아침 해와 아라비아 바다 쪽으로 지는 저녁 해를 구경하러 많은 인도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 칸냐쿠마리 풍경사진 (2002년 1월 촬영)
▲ 생각나는 대로
2002년 1월, 코발람(Kovalam)에서 오토 릭샤 타고 인근 도시로 나와, 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칸냐쿠마리 가는 버스를 기다리나, 이마에 영문표기를 한 버스가 드물고 둘레 인도 사람들도 비협조적이라, 멈추는 버스마다 쫓아가서 행선지를 물어보지만 칸냐쿠마리 가는 버스는 도통 오지 않았다. 지도를 폈다. 칸냐쿠마리에서 가까운 나게르코일이란 곳이 눈에 띄었다. 마침 버스 이마에 영문으로 나게르코일(Nagercoil)이라 써붙인 버스가 멈춰섰다. 그 버스에 잽싸게 올라타 나게르코일로 간 다음, 다시 칸냐쿠마리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칸냐쿠마리에서 '락쉬미'라는 숙소에 들어 방을 고른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방은 방값이 더 비싸면서도 발코니도 없고 창은 빽빽한 쇠창살로 막아 놓았다. 도난이나 추락,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쇠창살인 듯하다. 바다가 사선으로 보이는 방을 골랐다. 빽빽한 쇠창살도 없고 방값도 싸고 발코니도 있다. (사진#1, #2) 발코니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병 마시고 칸냐쿠마리 나들이에 나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라비아해로 떨어지는 해를 보기 위해 늦은 오후부터 모여들었다.
관광객들이 기념사진 찍는 근처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는 사람(사진#3). 남인도의 태양 아래 시커멓게 탄 피부. 인도인들 관심밖에 앉아 있다. 끼니때가 되자 한 할머니가 이 사람 곁에 먹을 것을 놓고 간다. 개 한 마리가 그 곁을 기웃거린다. 같이 나눠 먹는다. 그는 힌두교의 제3단계의 삶(Vanaprastha)을 살고 있는 사람일까?
마누법전에 따르면 임주기(林住期, Vanaprastha)에 들어간 자는 숲속에서 구할 수 있는 풀뿌리나 과일로 배를 채우며, 동물이나 나무껍질을 몸에 두르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열에 몸을 태우며, 우기에는 노천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항상 베다를 독송하는데 전심전력하고, 곤란과 고통스러움을 견디며, 일체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며, 항상 베푸는 자가 되며, 애착이 있어서는 안 되며, 모든 생명체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이튿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다. 해 뜨기 한참 전인데도 바닷가 만타파(mantapa) 둘레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바다 건너 지척의 티루발루바르 상(Thiruvalluvar Statue)의 조명이 꺼지고 이윽고 해가 솟는다. 합장하고 소원 빌고 바닷물에 뛰어들어 해를 향해 절하고 꽃 바치고...인도인들에게 태양은 아직 신의 영역에 있는 듯 보였다.
해 뜰 무렵 바다에서 고깃배들이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카누 아니면 카약처럼 생긴 작고 길쭉한 목선을 타고 거친 바다를 돌아다니다니...
해가 한참 떠오른 뒤에 배 타고 바다 건너 지척에 있는 섬의 비베카난다 기념관(Vivekananada Rock Memorial)을 구경하였다. 배 타기 전에 조개껍질에 글자를 새기는 기념품도 주문해 놓고...(사진#4)
칸냐쿠마리에서 한국인 젊은이를 만났다. 꼴람-알라뿌자 수로유람 뒤 이곳 칸냐쿠마리로 남하한 그 젊은이는, 인도 여행 중 필름 카메라를 떨어뜨려 인도 카메라점에 수리를 맡겼더니 카메라 케이스만 남겨놓고 안의 부속품을 바꿔치기 당한 뒤 돌려받았다고 하였다. 하릴없이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는 바람에 여행 경비를 아껴 써야할 처지가 되고 말았단다. 둘이 맥주를 마시며 인도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열차에서 구두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 저녁식사가 끝나고 그는 현 위기상황에 맞는 숙소를 찾아나섰다.
칸냐쿠마리를 떠나는 날, 한국인 젊은이가 찾아오면 전해 달라며, 가지고 다니던 모기장을 숙소 프론트 데스크에 맡겼다. 그 모기장은 알레피의 한 시장에서 산 것이다. 모기장 파는 가게 주인은 옛적에 중동의 한국건설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사람임을 반겼지만 모기장 값은 깎아주지 않았다. 오죽 모기에 시달렸으면 모기장을 샀을까. 칸냐쿠마리에서 만난 그 젊은이는 공감한다. 이제 나는 곧바로 북진하므로 모기장이 필요하지 않으니 남인도를 계속여행하려면 내 모기장을 쓰라고 그 젊은이에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었지. [2013-02-26 작성] [2022-11-08 티스토리 스킨 에러 수정]
△ 슬라이드쇼 사진 소스
구성 : 칸냐쿠마리 (cape comorin) 오후 - 벌거벗은 수행자 - 칸냐쿠마리 거리 - 만타파 둘레의 일몰 - 야경 - 일출(해돋이 인파, 순례자들의 목욕, 어선들의 귀항) - 배 타고 섬(비베카난다 기념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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