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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 金剛山 / Mt.Geumgang (2004년 5월)

  • 금강산으로

    • 금강산 (해발 1,638미터)은

      강원도 회양군(淮陽郡)·통천군(通川郡)·고성군(高城郡)·인제군(麟蹄郡)에 걸쳐 있는 산이다.  북한 행정구역 개편 이후에는 강원(북한) 금강군, 고성군, 통천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금강산에서 선창산-오봉산-온정령-옥녀봉-금강산비로봉-월출봉-일출봉-차일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  이 산줄기 서쪽 곧 내금강의 물은 남쪽으로 흘러 파로호에 담겼다가 북한강-한강으로 흐른다.

      금강산(金剛山, 1638m)은 동서 길이 40km, 남북 길이 60km 크기의 산이다.  1만 2천봉이라니 과장이 좀 심한 것 아닌가 했는데 과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솟아 있다.  명산이다 보니 이름도 많다.  봄에는 금강(金剛), 여름에는 봉래(蓬萊), 가을에는 풍악(楓嶽),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이라 불린다.  

    • 금강산 가는 길

      남한에서 금강산 가는 길은 바닷길이 먼저 열리고 뭍길도 따라 열렸다가 지금은 뭍길로 다니게 되었다.   이름하여 금강산 육로관광.

      ※ 1998년 금강산 해로관광 시작, 2003년 금강산 육로관광 시작, 2007년 내금강 관광 시작,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2012-08-16 추가]

    • 금강산 안내도

        

       

    • 산행코스

      관광코스로 온정리-구룡연 코스와 온정리~만물상 코스가 있고 산악회 등에서 특별 예약하여 세존봉이나 수정봉을 오를 수 있었다.  내금강쪽과 외금강의 나머지 코스는 남측 일반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았다.

      ¶ 만상정주차장-(0.4km, 10분)-삼선암·귀면암-(1km, 45분)-안심대-(0.24km, 15분)-천선대 / 안심대-(0.7km, 25분)-망양대
      ¶ 목란관주차장-(0.2km, 5분)-목란관-(1.8km, 45분)-금강문-(0.6km)-옥류동-(0.3km)-비봉폭포-        (0.35km,10분)-은사류-(0.5km, 25분)-상팔담전망대 / 은사류-(0.23km, 5분)-구룡폭포(관폭정)


  • 금강산에 들어

    • 옥류동(玉流洞)

      옥류동(玉流洞)은 구룡폭포 가는 길에 있다.   너러바회를 타고 흐르는 물이 구슬과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

       

 

    • 구룡폭포(九龍瀑布)와  상팔담(上八潭)

      물은 상팔담을 거쳐 구룡폭포에 걸렸다가 구룡연(九龍淵)으로 떨어진다.  구룡폭포를 보려면 관폭정으로 가야하고, 상팔담을 보려면 구정봉 가는 길의 비룡대(?)에 올라야 한다.  상팔담은 옛날 금강산 팔선녀의 목욕터였다.  고 한다.  구룡폭포 높이는 74m,  구룡연 깊이 13m,  암각된 미륵불의 佛자의 내려그은 획의 길이는 구룡연의 깊이와 같다.

      구룡폭포 구룡폭포 상팔담


    • 삼선암(三仙岩)과 귀면암(鬼面岩)

      귀면암 귀면암

      삼선암 삼선암 ... 관람객이 보인다.

       

    • 천선계와 만물상 1

       

       

       

    • 천선계와 만물상 2

       

       


    • 삼일포

       

       

       

    • 금강산의 꽃

        

       

    • 모란봉 교예단의 금강산 문화회관 공연

        

       

    • 금강산에 전시중이던 북녘 화가 작품

      금강산 천주봉 최후의 만찬 월속의추억


  • 금강산을 되돌아보며 (생각나는 대로)

    • 첫째날 (온정각 도착, 교예단 관람)

      2004년 5월 8일 이른 아침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에 당도해 보니 강원도 고성 금강산 육로관광 집결지(금강산콘도)행 관광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여 차에 오르고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 판(?)이다.  어버이날,  젊은 사람들은 나이드신 부모님을 이곳까지 바래다 드리느라 나와 있었다.  지난해 말 회사에서 금강산 여행권을 받았는데,  지난 4월 여행사에 문의하니 5월  예약이 진즉 끝났다는 대답.  5월과 10월은 성수기란다.  가을에나 금강산에 갈 수 있겠구나 했는데 5월초 여행사로부터 5월 8일 출발하는 금강산 여행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이리하여 급작스러운 땜질 금강산 여행이 시작되었다.

      강원도 고성 금강산 육로관광 집결지에서 조편성 확인하고 관광증을 받고 핸드폰을 넘겨주고 나중엔 나침판까지 맡겼다.  등고선 있는 지도와 나침판을 소지하고 입북하면 안된단다.   160mm이상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도 소지 불가.   북측 CIQ통과시 카메라는 별도로 꺼내어 놓는다.

      남측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는 동해안 통일전망대 주차장 끝에 있다.   북쪽에서 출발한 금강산 관광버스가  남측 CIQ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다하기에 통일전망대에 잠깐 올랐다.   십여년전 통일전망대에서 북녘땅을 바라보며 느꼈던 답답함이 오늘 좀 풀리려나.   동해안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사진)

      남측 CIQ를 통과하여 조별로 금강산관광버스를 타고 출발,  북녘 관할지역에 이르면 전차량이 정지하고 북측 군인이 각 버스에 올라 인원을 확인한다.  관광조장(남측 현대소속)은 잡담하지 말고 반듯이 앉아 있으라고 주의를 준다.  육로관광 초창기에는 북한군인들의 행동이 부드러웠는데 남측 관광객들이 말을 함부로 하고 인원점검에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일자 지금처럼 딱딱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맨 뒷좌석에 집사람과 나 그리고  저편 창가에 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 할머니는 몸을 의자에 푹 묻은채  졸고 있었는데 점검하던 북한 군인이 그 자세를 보고 "똑바로 앉으라우요!"라고 말했다.  그 할머니는 졸다가 깜짝놀라 자세를 바로잡는다.  관광 온 게 아니라 무슨 군대 사열 받으러 온 게다.   새파랗게 젊은 북측 군인이 나이드신 남측 할머니에게 꼭 그런 말투를 써야하는 것일까?  인원확인이 끝나자 10여대 버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광조장이 바깥 풍경을 열심히 설명해도 한번 가라앉은 버스안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북측CIQ는 고성항(장전항) 부둣가에 있다.  북측CIQ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통관,  바로 옆 해금강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일정이 변경되어 온정각 옆에 있는 문화회관에서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보고 저녁식사.  문화회관 지붕은 돔형이라 멀리서도 눈에 띈다.   교예단의 교예를 보니 수년전 년말 TV에서 세계적인 서커스 프로를 보는 듯 했다.   무대장치를 바꾸는 사이사이에 삐에로가 나와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거나  관중과 함께 진행하며 폭소를 자아내었다.   자칫 딱딱해질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였다.  

      들쭉술 한 병을 반주 삼아 마시다 남겨와 숙소에서 마저 비우며 첫밤은 지나가다.

    • 둘째날 (구룡연코스, 삼일포)

      호텔 해금강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타고 온정각으로 이동,  잠시 휴식후 구룡연 가는 버스타고  목란관 아래 주차장 도착하여 산행 시작.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조용한 목란관(북측식당)을 지나 금강문 옥류동 련주담 비봉폭포 무봉폭포 은사류에서 상팔담 전망대로...

      상팔담 전망대에서 사진 좀 찍고 바위에 올라 앉아 배낭에서 막걸리와 안주를 꺼내놓고 보니 북측 환경감시원이 곁에 있다.  서울에서 가져온 막걸리라며 그(北男)에게 권하자 업무중이고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낮에는 마실 수 없다며 저녁때라면 맘껏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온정각 패밀리 마트에서 산 오징어포를 그에게 권하니 가벼운 사양 끝에 받은 것은 대화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라는 느낌을 받았다.  외세에 의해 우리나라가 분단되었는데 우리 민족의 힘만으로 서로 교류도 하게되고 내가 여기 이곳까지 오게되어 너무나 기쁘다고 말하며 막걸리 병나발을 불자 북남은 바로 앞 바위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남쪽 소식을 묻는다.  

      북남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기념사진 찍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같이 찍자고 모여들기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한다며 대신 우리 부부 사진을 찍어준다. 

      옆에 어린이가 다가와 그에게 기념사진 찍자고 하자 또 거절한다.  아이이니까 한번 같이 찍으라고 곁에서 거들자 마지못해 포즈를 취한다.  북측 여자 환경감시원이 저쪽에 있었는데 이쪽으로 오지 않고 있었다.  집사람이 내 옆구리를 찌른다.   北女에게 줄 셈으로 오징어포를 일부러 남겨두고 배낭에서 번데기 캔을 끄집어 내어 안주 삼았다.  음식물 통관은 안되지만 캔에 밀봉된 것은 괜찮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서,  서울에서 막걸리 살 때 이 캔을 같이 샀다.   막걸리가 다 떨어져 갈 즈음 지나가던 노인 한 분이 기억에 남겠다며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한 두어 병 더 가져올 것을...통관 때 압수당한다는 소문에 딱 한 병만 가져온 게 후회되었다.

      상팔담 전망대를 내려와 은사류 삼거리를 다시 밟고 구룡폭포 전망대인 관폭정에 이르니 북측 환경감시원 두 명과 남측 관광조장 한 명이 있고 관광객은 우리 부부뿐이다.  상팔담 전망대에서 우리가 너무 오래 머물러서다.  사진 몇 컷 찍는데 북남(北男)이 다가와  사진이 잘나오는 곳을 알려준다.  우리 부부가 이날 이곳 마지막 관광객이라 모두 함께 철수했다.  맨 앞에 남측 관광조장,  그 다음에 북남(北男)1과 나, 맨 뒤에 북남(北男)2와 집사람 순서로 내려가며 목란관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얘기 나누며 걸었다.  목란관에서 같이 식사하자고 했더니 북남(北男)은 이름을 밝히며 굳은 악수로 답하고 먼저 내려간다.

      목란관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온 사람들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 식당은 북녘 음식을 북측 사람들이 서빙하는 곳이다.  서빙하느라 부산한 북녘 처자들에게 복도난간옆에 서서라도 먹겠다고 짐짓 투정을 부렸더니 어찌 서서 드실 수 있갔느냐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투에 짜증기라고는 하나도 묻어 있지 않았다.  살가움이 배어 있군.   비록 이곳 목란관의 북녘 처자들은 키도 작고 생김새도 이삽십년전 유행하던 체형이지만,  마지 못해 일하는 게 아니라 정성을 다해 서빙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윽고 빈자리가 났다.  집사람은 랭면을 시키고 나는 비빔밥을 시켰다.  관폭정에서부터 같이 내려온 북남이 이곳에선 비빔밥을 먹으라고 권했었지.  막걸리 한 병 다오.  이거 오늘 남북 막걸리 각 한 병씩 마셔보네.  좀 달짝지근 한 게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선물용으로 10 병을 더 샀다. 

      온정각에 닿으니 삼일포 팀과 온천 팀으로 나뉜다.  추가로 여행비를 지불하고 삼일포로 향했다.  삼일포 이곳저곳 바위에 새겨놓은 선전문구를 보니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마음도 젖는다.

    • 셋째날 (만물상 코스,  귀경)

      밤새 비가 내렸다.  새벽에 가랑비로 변한다.  잠 못 이루고 수시로 커튼 밖 하늘을 살폈다.  구름이 너무 얕게 드리워져 오늘 산을 오르되 산을 보지 못하고 내려올 수도 있겠구나.   아니지 구름이 걷히며 오히려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할지도 모르지.  호텔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구름이 좀 위로 올라갔다.  짐을 꾸려 조별로 버스에 탑승하여 온정각으로 이동하는 중에 만물상 갈 사람과   삼일포 해금강 갈 사람을 파악하니 만물상 갈 사람이 더 많다.   삼일포 해금강 가는 사람들은 다른 버스로 옮겨탔다.

      신계사터 지나 만상정 주차장에 이르는 도로는 폭이 좁은 고불탕길이다.  버스끼리 서로 비킬 수 없어 무전으로 연락하며 일방통행한다.  우리팀보다 하루 늦게 금강산에 도착한 사람들이 구룡연행 버스를 타야하는데 만물상행 버스를 타는 바람에 잠시 소란이 일어 수습하느라 관광조장이 풍경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 사람들더러 오늘 만물상을 보고 내일 구룡연에 가라고 주위에서 권했지만 오늘 구룡연에 가야겠단다.  관음 련봉이 장쾌하게 솟아있고 산 중턱에 간간히 폭포가 걸려 있다.   금강산 한 귀퉁이만 떼어다 놓아도 명산이라 할 만하다.  버스로 이동중에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명승을 즐기지 못하고 버스안에서 주마간산격으로 스쳐지나가며 볼 뿐.

      만상정 주차장에 내려 산행 시작.   얼마 가지 아니하여 삼선암과 귀면암이 나타난다.  천선계쪽은 여전히 구름 속이다.  천선대(天仙臺) 밑에 다다르자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며 만물상을 조금씩 보여준다.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를 때마다 풍경이 드러나는구나 짐작만 한다.  천선대 코스는 철계단이 많아 시계방향으로 일방통행 시킨다.  철계단에서 사진찍고 풍경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밀려 있다.  천선대 오르는 철계단 입구에 남녀 북측 환경감시원이 남측 관광조장들과 담소를 하고 있었다.   자주 얼굴이 마주쳐서 인지 서로 퍽이나 친해 보인다.  한 노인이 그 쪽 샛길로 가도 되느냐고 묻자 갔다 올 수 있단다.  조금 가보니 그곳 한쪽은 아득한 낭떠러지였다.  깊고 깊은 계곡에 간담이 서늘하다.  건너편 봉우리 또한 장쾌하게 높이 솟았다.  너무 깊은 계곡과 너무 높은 산봉우리를 도저히 사진 한장에 담을 수 없다.   담는다 해도 그 간담 서늘하고 장쾌함은 느낄 수 없다.  이른바 사진의 한계다.   꽁무니에 섞여 오른 덕분에 이곳 풍경을 보았다.  그 노인과 우리 부부가 그날 그곳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앞서 간 사람들은 천선대 계단길로 직행했다.

      천선대 오름 계단에서 풍경사진을 찍고 있는데 북측 환경감시원이 따라 올라와 내 카메라를 보여 달랜다.    찍은 사진을 액정모니터로 하나씩 확인해 가다가 다시 거꾸로 확인한다.    답답하여 내가 파일 번호를 하나씩 부르며 사진을 보여주자 됐다며 가라고 한다.    아니 도대체 여기에 뭐가 중요한 게 있어서 이러느냐고 항의하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됐습니다. 가십시오!"라고 말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이런 제기랄 금강산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이런 식으로 감시당하면서까지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측 감시원은 아마 내가 그들 사진을 동의없이 찍었다고 단정한 모양이었다.   그들 사진을 찍어 어디다 쓴단 말인가.    그들 얼굴이 무슨 국가 기밀이라도 되는가.   어제 찍은 국가기밀사진을 보자.   구룡연코스 무봉폭포근처 북측 환경지킴이가 내가 사진을 찍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는 바람에 카메라에 잡혔다.

      천선대 정상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땜에 천선대 오름 계단길이 밀렸음을 나중에 알았다.  천선대에 올라서자 구름이 다시 내려오며 주변을 덮는다.  어제 산 북측 막걸리 한 병을 배낭에 넣어 왔는데 마실 장소도 시간도 없었다.  정상주를 생략할 수는 없지.  걸으며 마시면 어떠리.  병뚜껑을 열자 거품이 넘쳐 삼분의 일밖에 안 남는다.  병에 남은 막걸리는 마시고 비닐 봉투에 고인 막걸리는 길 옆 눈속에 부었다.  눈을 한 줌 파내니 얼음 알갱이 감촉이다.  금강산 산신령이시여 이 막걸리 드소서.  비닐에 고인 막걸리 드신 산신령 화가 나셨는지 비를 뿌린다.  비 때문에 약수터를 그냥 지나쳤다.  망양대 가는 길은 못 가게 지키고 있었다.  임의로 코스를 변경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 봐야 구름 속일 건 뻔하다.

      귀면암을 보려면 삼선암에 올라야 한다.  귀면암 뒷배경인 만물상은 여전히 구름속이다.  삼선암에서 만상정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구름이 걷히며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럴 수가.  어제 상팔담에서도 구름이 산을 뒤덮어 먼 풍경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비까지 뿌리고 이제 금강산 산행 끝날 무렵 하늘이 걷힌다   남측처럼 자유산행이라면 다시 만물상에 올라가 보는건데...

      온정각에서 바라본 풍경.   두어시간전만해도 비가 내렸는데...떠나려니 해가 나는구나.   

      온정각에서 점심 먹고 북측 CIQ통과,  남쪽을 향해 버스는 달린다.  도로에서 이삼십미터 떨어진 곳에 군인들이 빨간 깃발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사진 찍는 승객을 발견하면 깃발을 들어 신호를 하고 모든 차량이 멈춰선단다.   관광조장의 말에 따르면, 어느 차량 몇번째 좌석 승객이 사진을 찍었는지 정확히 집어낸다고 한다.  시력이 엄청 좋은 군인을 뽑아놓은 모양이다.   인원점검을 위해 버스들이 멈춰섰는데 북측 여자군인과 남자군인이 우리 버스에 올라와 왼쪽 두번째줄 사람이 버스에서 바깥 풍경 사진을 찍었다며 지목했다.  모두 카메라를 꺼내라고 명령한다.  다들 카메라를 꺼낸다.  지목당한 사람은 선반에서 배낭을 내린다.  군인들이 우리 버스를 내려간 뒤에도 버스는 한동안 출발하지 않다가 다시 출발했다. 

      남측CIQ가 가까워지자 남측 군인들이 보인다.  북측에 비해 체격도 크고 때깔도 좋은 남측 군인들은 름름해 보인다.  군인들이 반응을 보이든 보이지 않든 다들 반가움에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든다.  긴장감은 사라지고 차안의 공기가 자유롭다.

      서울 가는 버스 타고 가다 날이 저물었다.   어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데 집사람이 바로 옆자리에 앉은 부부 남편에게 아는 체 한다.   오늘 버스에서 사진 찍었다고 지목 당한 분 아니냐고 물으니 맞단다.   어찌 된 거냐고 물으니 실제로 사진을 찍었단다.  그 부인은 다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때 카메라를  부인의 엉덩이 밑에 숨겨놓고 남편은 선반에서 배낭을 내려 카메라를 찾아 꺼내는 것처럼 하여 속였다는 것이다.  그 남편은  능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느긋함과 배짱이 있어 보인다.  그 남자분에게 무엇을 찍었느냐고 했더니 지나가는 북한 주민을 찍었단다.   하지 못하게 하는 것 해 보는 게 여행의 재미가 아니냐며 혹 걸려도 다 해결책이 있단다.    흠~  그로인해 잠시나마 전차량이 대기했는데...

    • 끝내며...한 두 마디 더

      어느 시대고 어느 산이고 글자를 새길만한 바위가 있으면,  제 이름 석자를 비롯하여 시구 등을 새겨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옛사람들도 금강산의 바위에 이름 석자와 시구들을 한자로 새겨놓았다.   해방후 북측에서는  한자와 (주로) 한글로 새겨 놓았다.   개인 이름도 있고 선전구호도 있고 노래가사도 있다.    어마어마하게 큰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바위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지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고성항(장전항) 부둣가에서 바라보는 금강산 풍경은 아름답다.   헌데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북방한계선에서 금강산 가는 길 주변 산 풍경은 이국적이다.   어찌보면 인도의 함피를 닮은 구석이 있다.   이 길에 도로와 철도 공사가 한창이다.   먼 훗날을 위해 이쪽 산들도 잘 보존하였으면 한다.   언젠가는 빛 볼 날 있을 산들이다.

      버스에서 북측 군인에게 훈계를 받았던 할머니를 천선대에서 또 만났다.   왜 이렇게 늦게 다니시느냐니깐 도중에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돈을 안 가져와 실랑이 끝에 관광증을 맡기고 왔단다.   남자 소변은 1달러,   대변은 4달러,  여자는 무조건 4달러다.   물론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은 무료다.   그 이후 산중에서는 볼 일을 볼 수 없다.   아니면 비싼 이용료를 내야 한다.

      남측 관광조장 왈, 나이드신 분들 가운데  '나 어제 삼팔선 갔다왔어 구룡포도 갔다오고 오늘은 삼천포 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단다.   삼팔선은 상팔담,  구룡포는 구룡폭포,  삼천포는 삼일포를 말한다.

      산을 천천히 즐기면서 다니는 사람에게 지금 형태의 금강산 관광이 썩 유쾌할 리 없다.   언젠가 금강산 전 구역이 완전 개방되고 자유스럽게 산행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 때 쯤 금강산을 다시 찾고 싶다. [2004-06-10 작성] [2012-08-16 티스토리로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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