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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필이 말하는 숭본식말이란 무엇인가 - 노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 (6) / 2025년 6월 초적 작성

 

Ⅰ. 숭본식말 용례

- 나라의 구동 시스템(OS)으로 무엇을 쓸(채택할) 것인가 ('노자', 도덕경 왕필주, 노자지략으로부터 발췌하여 편집 가공)


  1. 노자1장의 상도(常道)는 무형·무명이라 만물을 포용하고 만물이 경유할 수 있다. 말해질 수 있는 도(법가,명가,유가,묵가,잡가)는 각각의 방도(형벌,이름,명예,교정,잡된 것)로 만물을 제어(통제,규정,향상,정립,운행)하지만 여러 폐단이 발생한다. 노자의 도는 만물을 싣는 대도(大道)이자 천하의 어미라 할 수 있고 여타 제자백가의 도는 만물을 부분적으로 싣는 아들 격이라 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림에) 말해질 수 있는 도(道)만을 채택하여 사용한다면, 그 아들을 쓰면서 그 어미를 버린 격이니, 이른바(왕필 표현으로) 용기자이기기모(用其子而棄其母)이다.

  2. 노자19장의 성지(머리), 인의(가슴), 교리(욕심)를 이용(사용)하여 나라를 다스림은 엇더한가.

    - 성지(聖智)로 백성의 사악한 행위(의 결과)를 공격(공략)하는 것은, 근본[백성으로 하여금 사악한 행위에 이르는 마음을 없애도록 하는 것]을 버린 채 말초를 공격하는 격이니, 이른바 사본이공말(舍本而攻末)이다.
    - 인의(仁義)를 흥하게 하여 천박한 풍속을 도탑게 하려고 하면 명예를 기대하여 좋은 행실에 힘쓰는 것에 이름을 걸기 마련이다. 이는 어미(무명)를 버려두고 아들을 쓰는 격이니 이른바 사기모이용기자(捨其母而用其子)이다.
    - 성지(聖智)는 교묘한 사기꾼을, 인의(仁義)는 위선자를, 교리(巧利)는 도둑을 낳는다.
    - 그러므로 성지를 끊고 소박·질박함을 보여 백성을 이롭게 하며, 교리를 버리고 사사로움과 욕심을 적게하여 도둑이 사라지게 하는 것은, 모두 근본을 숭상하여 말초를 번성케(이롭게) 하는 격이니 이른바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이다.

  3. 노자38장의 인의(仁義)는 엇더한가.

    - 근본은 무위에 있고 어미는 무명에 있다. 상인(上仁)은 근본과 어미를 버려두고 그 아들에게 가는 격이니, 이른바 기본사모이적기자(棄本捨母而適其子)이다. 그리하면 공이 비록 크다 해도 반드시 구제하지 못하는 것이 있게 된다. 이름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것에는 거짓 또한 반드시 생긴다.
    - 인의(仁義)를 숭상할 수록 순수한 마음은 사라지고 명예를 바란다. 인의를 숭상함은, 그 어미(무명)를 버려두고 그 아들(인의)을 쓰는 격이니, 이른바 사기모이용기자(捨其母而用其子)이다. 그리하면 이름(드날림)이 생겨 그 참됨과 크게 달라지고 아무리 그 아름다움을 성대하게 하여도 우환이 생긴다.
    - 그러한 인의례(仁義禮)라 할지라도 어미[무명]를 지켜서 그 아들[子]을 보존[수모이존자(守母以存其子)]하고 근본[무위]을 숭상하여 그 말초[末]를 거양[숭본이거기말(崇本以擧其末)]하면, 형상과 이름 둘 다 생겨도 사악함이 발생하지 않는다.(※)

    (※) 무릇 만물이 보존되는(존립할 수 있는) 까닭(원인)은 그 형상(드러나 보이는 모습)과 반대(드러나 보이지 않는 죽음이나 위태로움을 잊지 않는 것)라는 것이고, 전공을 세우는(공이 새겨질 수 있는) 까닭(원인)은 바로 그 이름(드날림, 전승 후 세간의 명성)과 반대(드러나 보이지 않는 전략으로, 이기기 쉬운 전쟁에서 승리하므로 공도 없고 이름도 없음)라는 것이다. 《노자지략》

  4. 노자57장 바로잡음[正]으로써 나라를 다스림은 엇더한가.

    - 바로잡음(正)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법[辟]을 세워서 말초를 공격하는 것이니, 이른바 입벽이공말(立辟以攻末)이다. 그리하면 근본(本)이 서지 않은 채 말초(가지와 잎사귀)가 옅어져[본불립이말천(本不立而末淺)하여] 백성의 역량을 넘어서게 되므로 반드시 기책으로 군사를 부리기에 이른다. (그에 반해) 도(道)로써 나라를 다스림은, 근본을 중히 여겨 말초를 번성케(이롭게) 하는 격이니, 이른바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이다.
    - 바로잡음[正, 정법]을 세워서 사악함을 종식시키를 바라는 것[立正欲以息邪])은, 근본[本]을 버리고 말초[末]를 다스리는 격이니, 이른바 사본이치말(舍本以治末)이다.
    - 성인이 무위·호정·무사·무욕(無爲·好靜·無事·無欲)하여 백성이 스스로 변화[自化]하고 스스로 정직·부유·질박[自正·自富·自樸]해지는 것은, 근본[本]을 숭상하여 말초[末]를 번성케(이롭게) 하는 격이니, 위 넷은 이른바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이다.

 

Ⅱ. 숭본식말 뜻


  1.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의 식말(息末)은 무슨 뜻인가

    사전의 식(息)은 '번성케(이롭게) 한다'는 뜻 외에도 '종식시킨다'는 (상반된) 뜻도 가지고 있다.

    노자52장 '아들을 알았으면 다시 그 어미를 지킨다[旣知其子,復守其母].'는 노자 원문에 대하여 왕필은 '본(本)를 버리지 않고 축말(逐末]하는 것[不舍本以逐末]'이라고 주를 달았는 바, 이는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의 식말(息末)은 축말(逐末)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근본(本, 本務, 농업)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말리(末, 末務, 末利, 상업)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노자58장 원문의 광이불요(光而不耀)에 대하여, 왕필은 '빛으로써 그 미혹된 까닭을 비춰보되 빛을 두루 비춤으로써 그들이 숨긴 것을 찾아내지는 않으니 이른 바 밝은 도는 어두운 것 같다[明道若昧]는 것이다. 이는 모두 근본을 숭상하여 식말(息末)하는 것[崇本以息末]이고 치지(공격하지) 않으면서 회복시키는 것[不攻而使復之]이다.'라고 주를 달았는 바, 이로 미루어보건대 식말(息末)은 말(末)을 종식시킨다는 '죽임'의 의미라기 보다는 말(末)을 회복시킨다는 '살려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2. 사본이공말(舍本而攻末)의 공말(攻末)은 무슨 뜻인가

    왕필은 도덕경주와 노자지략에서 본말과 관련하여 식말(息末)뿐만 아니라 거말(擧末), 공말(攻末), 치말(治末) 등의 용어를 사용하였다.

    식말(息末)의 식(息)이 사전적으로 중의인데다, (왕필이 왕필주와 노자지략에서 본말과 관련하여 사용한) 거말(擧末), 공말(攻末), 치말(治末)이란 용어의 말(末)도 하나의 의미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식(息)과 말(末) 둘 다 다의어로 가정하고 왕필의 도덕경 주(注)와 노자지략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더욱 헷갈리게 된다.

    왕필의 언어 구사 방식과 왕필 저술의 문맥으로 보면, 식(息)은 번성케(이롭게) 한다는 뜻이고, 식말(息末)과 거말(擧末)은 숭본(崇本)과 조합하여 '긍정적 결과 도출' 의미로 , 공말(攻末)과 치말(治末)은 사본(舍本)과 결합하여 '부정적 결과 도출' 의미로 사용되었다.

    환언하면,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과 숭본이거기말(崇本以擧其末)은 노자의 방도[治術]이고 사본이치말(舍本以治末)과 사본이공말(舍本而攻末)은 노자의 방도가 아니다. 숭본이식말이나 사본이공말의 각각 어느 한 글자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지 말고 한 문장을 세트로 해석함이 왕필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들의 행위(의 결과)를 공격·공략하지 말고 그들로 하여금 행위로 이끄는 (사악한 행위에 이르는) 마음(원인)이 없(어지)도록 하며, 그들의 욕망(의 결과)에 대하여 해를 입히지 말고 욕망으로 이끄는(탐욕에 이르는) 마음(원인)이 없(어지)도록 할 것이다. 아직 조짐이 없을 때 그것을 꾀하고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때 그것을 한다는 것(노자의 말)은 이와 같을 따름이다. [말초를 공격함에 관해 참고] 《노자지략》

  3.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이란

    숭본이식말이란 성인이 소박함을 보여 교묘함의 횡행을 막고 백성의 욕망을 가라앉혀 백성의 이익이 백배가 되도록 하는 것, 도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 성인이 무위·호정·무사·무욕(無爲·好靜·無事·無欲)하여 백성이 스스로 화육·정직·부유·질박[自化·自正·自富·自樸]토록 하는 것, 말미암은 곳[所由]을 보고 돌아갈 곳[所歸]을 찾는 것 등을 말한다. ※ 무릇 도(道)라는 것은 만물이 말미암은 곳[所由]에서 취했다.

  4. 수모이존자(守母以存子)는 무엇인가

    왕필은 노자지략에서 노자의 요지(要旨)로서,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과 수모이존자(守母以存子)를 적시(摘示)하였다.

    왕필은 노자지략에서 대도를 버리고 여타 제자백가의 치술을 쓰는 것은 어미를 버리고 아들을 쓰는 격이라 (비유)하였다.

    왕필은 노자38장에서 무위의 도를 버리고 인의례(仁義禮)를 흥하게 함은, 어미[母]를 버리고 그 아들[子]을 쓰고, 그 근본[本]을 버리고 그 말초[末]로 가는 격이라 하였다. 어미를 지켜서 그 아들을 보존[守母以存其子]하고 근본을 숭상하여 그 말초를 거양하면 아들[인의례]을 살려쓸 수 있다는 것이다.

 

Ⅲ. 초적 평(評)


  1. 노자의 본말(本末)과 모자(母子)

    왕필은 노자의 모자(母子)로부터 본말(本末)을 추출하고 숭본이식말과 더불어 수모이존자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본말(本末)로써 노자를 해석하는 것은 거피취차[去彼取此] 곧 이것이냐 저것이냐 양단간의 선택이고, 모자(母子)로써 노자를 해석하는 것은 절충안도 선택지에 포함한 선택이라고 본다.

  2. 수모이존자(守母以存子)로 인의(仁義) 구하기

    왕필은 노자의 난해한 글을 본말(本末)로써 쾌도난마처럼 해석하였다. 하지만 노자의 모든 글을 일도양단(이분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끊어버릴 수도 없고 쓰지 않을 수도 없는 (노자19장과 38장의) 인의(仁義)가 바로 그것이다. 인의가 모자(母子)의 아들 격이라면, 아들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들을 살려쓰되 어미를 버리지 않음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왕필은 이른바 숭본이거기말(崇本以擧其末)과 수모이존자(守母以存子)를 통합 적용하여, 노자19장에서 끊었던 인의(仁義)를 노자38장 왕필주에서 살려 냈다.

  3. 노자의 인(仁)은 특별한 위치에 있다.

    노자38장에서 노자는 도(道), 덕(德), 인(仁), 의(義), 예(禮) 순으로 등급을 매겼다.

    노자19장에서 노자는 '인의(仁義)를 끊어야 백성이 효성과 자애를 회복한다'라고 하였고 , 노자5장에서는 '성인은 인(仁)을 베풀지 않는다'라고 하여 인(仁)을 부정적으로 묘사(평가)하고 있다. 한편 노자67장(백서본)에서는 노자가 늘 지니고 있는 세 가지 보배 중에서 으뜸은 자애로움(慈)이라고 하였는 바, 이는 노자5장의 불인(不仁)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자애로움(慈)은 내리사랑 또는 위정자가 천하만민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노자지략에 따르면) 인(仁)은 내리사랑은 물론 치사랑까지 포함하여 순수한 사랑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듯하다.

    노자38장 백서본에서 무위(無爲)하는 것은 상덕(上德)이고, 베풀어 행하는 것[爲之]은 상인(上仁), 상의(上義), 상례(上禮)라고 하였고 무이위(無以爲)하는 것은 상덕(上德)과 상인(上仁)이고, 유이위(有以爲)하는 것은 상의(上義)라고 하였다. 상인(上仁)은 상덕(上德)의 요건을 일부 갖추고 있지만 상덕(上德)은 아니며, 왕필이 말하는(왕필본에 추가된) 하덕(下德)에 속하면서도 하덕(下德)이 아닌,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仁)은 본말(本末)이라는 이분법적 해석도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장 왕필본에 '하덕(下德)은 베풀어 행하며[爲之] 유이위(有以爲)하다'는 (백서본에 없는) 문구가 추가되었는 바, 왕필은 주(注)에서 인의례를 묶어 하덕이라고 하였으나, 노자 원문의 '상인(上仁)은 위지(爲之)하되 무이위(無以爲)하다'는 문구(내용)와 배치된다. 정밀한 언어를 구사하는 왕필이 이 모순을 몰랐을 리 없다.

    왕필은 노자1장에서 백서본에 없는 위지현(謂之玄의 之玄)을 왕필본에 추가한 뒤 왕필주에서 위지현(謂之玄)을 부정하여 현(玄)을 풀이한 바 있듯이, 노자38장에서도 백서본에 없는 하덕[下德爲之而有以爲]을 왕필본에 추가하고 왕필주에서 인(仁)을 하덕의 범주에 일부러 포함시킨 뒤 (노자 원문을 고쳐쓰기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왕필은) 필시 인(仁)을 같은 하덕 그룹의 의례(義禮)와 달리 취급할 복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 무이위(無以爲)는 베풀어 행하는 이유·목적·의도가 없다는 뜻이다. 왕필은 무이위(無以爲)에 대하여 치우쳐서(편파적으로) 베풀어 행하는 바가 없다고 풀이하였다.

  4. 그렇다면 왕필은 과연 노자의 인(仁)을 살려냈는가

    왕필은 노자38장 주석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던 인(仁)을 하덕(下德)으로 끌어내린 뒤, 하덕으로서의 인의례(仁義禮)를 수모이존자(守母以存子)로써 살려내면서, 인의례(仁義禮) 가운데 인(仁)을 특별 취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仁)을 살려낸 취지가 다소 퇴색되고 말았다.

    옛 사람이 탄식하며 "이미 불인(不仁)이 불인(不仁) 됨을 알면서 아직 인(仁)이 불인(不仁) 됨을 알지 못하는구나."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인(仁)을 버린 뒤에 인덕(仁德)이 두텁다. 인을 끊는 것은 사람을 사랑(연민)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노자지략 결론 부분 발췌 편집]

    왕필은 노자지략 결론 부분에서 인(仁)을 특별 취급함으로써 (위에서 서술한 '인을 달리 취급할 복안'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5. 맺는 말

    숭본이식말은 치병으로 치면 대증요법이 아니라 원인요법이다. 도(道)를 모르고 법(法)과 정의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도(道)를 모르고 인의례를 흥하게 하여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도(道)를 모르고 경제(이익내기)만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도로써(근본으로 돌아가) 나라를 다스리라는 것이 바로 숭본이식말이다.

    수모이존자는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양단간의 선택만으로 만물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운데에 있는 것들을 살려쓰는 지혜가 필요하니, 그 도구가 바로 수모이존자이다.

    [2025-06-24 초적 작성]

 


※ 백서본도 왕필본의 장으로 통합 표기하였음. [예를 들면, 백서본제45장은 왕필본 1장에 해당하나 백서본 왕필본 공히 노자 1장으로 표기]
※ 본 자료[초적 작성 왕필의 숭본식말이란 무엇인가]는 자의적 해석이 포함되어 있음.

 

더보기

Ⅳ. 노자지략의 숭본식말


  1. '노자'의 요지 :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 수모이존자(守母以存子)

    • '노자'의 요지는... 근본(뿌리)을 숭상하여 말초(가지와 잎사귀)를 번성케(이롭게) 하고[崇本以息末], 어미를 수호하여 아들을 보존하며[守母以存子], 저 교묘한 술책(치술)을 낮게 여기고, (일은) 벌어지기 전에 (미리) 한다는 것이다. 《노자지략》
    • '노자'의 글을 한 마디 말로 요약하면 아마도 '근본(뿌리)을 숭상하고 말초(가지와 잎사귀)를 번성케(이롭게) 한다[崇本息末]'라는 말 밖에 없을 것이다. 말미암은 곳[所由]을 살펴보고 되돌아갈 곳[所歸]을 찾으니... 《노자지략》

    •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 : 본(本)을 숭상하여 말(末)을 번성케(이롭게) 한다. 백성의 이익이 늘어나게[息末] 하려면, 다스림의 근본(道, 無爲, 無事, 無欲, 見素 등)을 버려둔 채 [聖智, 법(正) 등으로] 백성의 폐해를 공격[舍本而攻末]하지 말고, 다스림의 근본을 숭상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근본[抱樸, 少私寡欲]으로 복귀[崇本]토록 함으로써 한다.
    • 수모이존자(守母以存子) : 모(母)를 수호하여 자(子)를 보존한다. 아들[仁義]을 보존[存子]하려면, 어미[無名]를 버려둔 채 아들을 써서[捨其母而用其子]는 안되고, 어미를 지킴[守母]으로써(지키면서) 해야 한다.
    • 말초(末, 가지와 잎사귀)를 번성케(이롭게) 하려면 근본[本, 뿌리]을 중하게 여기라. 아들[子]을 보존하려면(존립시키려면), 어미[母]를 지키라. [왕필주 거꾸로 읽기]


  2. 숭본이식말[崇本以息末] 사례

    • 그러므로 성지(聖智)를 다하여 교묘한 거짓을 다스리는 것은 질박·소박함을 보여 백성의 욕망을 가라앉히는 것만 못하고, 인의(仁義)를 흥하게 하여(사랑과 정의를 내세워) 얄팍(천박)한 풍속을 도탑게(사랑이나 인정이 많게) 하는 것은 소박함을 품어 진실·성실함을 온전히 깃들게 하는 것만 못하며, 교리(巧利)를 많게 하여 일의 효용을 흥하게 하는(높이는) 것은 사사로운 욕망을 적게하여 화려함 경쟁(앞다퉈 겉치레를 높이는 풍조)을 멈추게 하는 것만 못하다. 그러므로 단속·감찰을 끊고 총명을 감추어 두고(쓰지 않고), 권장·촉진을 없애고 화려한 명예(헛된 명성)를 자르며, 기교·효용을 버리고 보배로운 물건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오직 백성으로 하여금 애욕이 생겨나지 않도록 함에 있지, 그 사악한 행위를 공격함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박·질박함을 보이고 성지(聖智)를 끊고, 사사로움과 욕심을 적게하고, 교리(巧利)를 버리는 것은, 모두 근본을 숭상하여 말초를 번성케(이롭게) 하는 것[崇本以息末]을 이르는 말이다. 《노자지략》

    [노자지략 발췌 편집]
    • 베풀어 행하는 것[爲] : 성지(聖智), 인의(仁義), 교리(巧利) / ※ 노자19장 참고
      • 성지(聖智, 극도의 총명을 가진 자의 모색·궁리)를 다하여 (백성의) 교묘한 거짓을 다스리는 것은, 다스림의 근본(무위)을 버려두고 말초를 공격하는 것[舍本而攻末]이다.
      • 인의(仁義)를 흥하게 하여 천박한 풍속을 도탑게 하는 것은 그 어미를 버려두고 그 아들을 쓰는 것[捨其母而用其子]이다. 근본(무위)과 어미(무명)를 버려두고 그 아들(인의)에게 가는 것[棄本捨母而適其子] 또한 마찬가지다.
      • 교리(巧利)를 많게 하여 일의 효용을 흥하게 하는 것.

    • 베풀어 행함[爲]의 폐해 : 교묘함의 횡행[巧殷], 위선(僞), 현혹(昏)
      • 성명(聖明)을 다하여 살피고 지려(智慮)를 다하여 공격(공략)하여도, 교묘함은 더욱 정밀함을 생각하고 거짓은 더욱 변화가 많아지고, 공격이 심해질수록 피하는 것도 더욱 부지런해지니,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가 서로 속이고, 육친이 서로 의심하며, (통나무가 쪼개져 본성·본질과 멀어지듯) 질박함이 흩어져 참됨은 떠나고, 일에는 간사함이 생긴다. 대개 근본을 버리고 말초를 공격하면 비록 성지(聖智)를 다할지라도 더욱 (앞에서 언급한) 재앙에 이르는데, 하물며 술책(치술)이 이보다 아래인 자는 어떠하겠는가. ...성지(聖智)로 공격한다면 백성은 곤궁해져 교묘함이 은성(화려)해질 것이다.
      • 이름(명성)과 행동(품행)의 아름다움이 찬란하게 숭상받는다면, 그 숭상받는 바를 닦아 명예롭기를 바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바를 닦아 이득을 기대한다. 명예를 바라고 이득을 기대하여 행동에 힘쓰니, 명예가 아름다울수록 정성(순수한 마음)은 더욱 도외시되고, 이익이 커질수록 마음은 더욱 경쟁한다. 아비-아들과 형-아우 사이에 품는 정(情)이 충직함을 잃어, 효(치사랑)는 정성에 따르지 않고, 자애로움(내리사랑)은 실질(참다운 본성)에 따르지 않게 된 것은, 대개 이름(명성)과 행위(품행)를 찬란하게 빛내려고 함이 초래한 결과이며, 풍속이 천박함을 근심하며 좋은 행실에 힘쓰는 것에 이름을 내걸기 때문이다. 인의(仁義)를 숭상할수록 더욱 이러한 거짓(위선)에 이른다.
      • 사사로운 욕망[私欲]을 실행한다면 교리(巧利)에 더욱 미혹될 것이다.
    •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 ; 숭본[崇本]
      • 성지(聖智)를 끊고 (단속·감찰을 끊고 총명을 감추어 두고) 질박·소박함을 보여 백성의 욕망을 가라앉힘. / ※ 노자19장의 현소(見素) 참고
      • 인의(仁義)를 끊고 (권장·촉진을 없애고 화려한 명예를 잘라) 백성으로 하여금 질박함을 품도록 하여 진실·성실함을 온전히 깃들게 함. / ※ 노자19장의 포박(抱樸) 참고
      • 교묘한 솜씨[巧]를 끊고 이익 내기[利]를 버리고 (기교·효용을 버리고 보배로운 물건을 천하게 여겨) 백성의 사사로운 욕망[私欲]을 줄임. / ※ 노자19장의 소사과욕(少私寡欲) 참고.
    • 대안의 결과 ; 식말[息末]
      • 함(다스림)이 없이도 스스로 바르게 되어 앞에서 언급한 재앙(해됨)이 사라지니 백성의 이익은 백배가 된다. / ※ 노자19장의 민리백배(民利百倍) 참고
      • 백성은 효성과 자애를 회복한다. / ※ 노자19장의 민복효자(民復孝慈) 참고
      • 사사로운 욕망을 적게하여 화려함 경쟁(앞다퉈 겉치레를 높이는 풍조)을 멈추니 도둑이 사라진다. / ※ 노자19장의 도적무유(盜賊無有) 참고
    • '그러므로 소박·질박함을 보이고, 성지(聖智)를 끊고, 사사로움과 욕심을 적게하고, 교리(巧利)를 버리는 것은, 모두 근본을 숭상하여 말초를 번성케(이롭게) 하는 것[崇本以息末]을 이르는 말이다.'라는 (노자지략의) 내용에, 성지(聖智)와 교리(巧利)에 대한 언급이 있을 뿐, 인의(仁義)에 대한 언급이 없다. 왕필은 위 숭본식말 사례에서는 셋 다 언급하였으나 숭본식말 결론에서는 둘만 언급한 것은 인의(仁義)를 따로 언급(취급)할 생각을 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초적주]


  3. 제자백가와 용기자이기기모(用其子而棄其母) ; 어미를 버리고 아들로써 만물을 다스린다면....

    • 한편, 법가(法家)는 동등함을 숭상하여 형벌로써 (모든 것을) 검속·단속·금제하고, 명가(名家)는 참됨(실상)을 규정·판정하는 것을 숭상하여 언변으로 (모든 것을) 바로잡으며, 유가(儒家)는 온전한 사랑을 숭상하여 명예로써 (모든 것을) 진전시키고, 묵가(墨家)는 검약을 숭상하여 교정함으로써 (모든 것을) 바로 세우며, 잡가(雜家)는 여러 아름다운(좋은) 것을 숭상하여 한데 묶어 (모든 것을 운)행한다. 무릇 형벌로써 만물을 검속·단속하면 교묘한 거짓이 반드시 생겨나고, 이름으로 만물을 규정·확정하면 이성적 용서(理恕, 감정을 배제한 관용)를 반드시 잃으며, 명예로써 만물을 진전·향상시키(려고 하)면 숭상을 다투는 일이 반드시 일어나고, 교정으로 만물을 바로 세우(려고 하)면 빗나가거나 어기는 일이 반드시 일어나며, 잡된 것으로 만물을 운행하면 어수선하고 어지러운 일이 반드시 발흥한다. 이는 모두 그 아들을 쓰면서 그 어미를 버린 것[用其子而棄其母]으로, 만물이 타고 갈 것(만물을 실어나르는 것)을 잃으니 지킬만 한 것이 못된다. 《노자지략》

    • 용기자이기기모(用其子而棄其母) : 아들을 쓰고 어미를 버리다. 아들 곧 법가의 형벌, 명가의 이름, 유가의 명예, 묵가의 교정으로써 만물을 통제, 규정, 향상, 정립하려고 하면 여러 폐단이 생긴다. 이는 그 아들을 쓰고 그 어미 곧 대도(大道, 일부가 아니라 만물을 다 싣는 것)를 잃었다는 것이다. [노자지략 요약]
    • ★무릇 대도(大道)로써 싣고 무명(無名)으로써 진정시킨다면 만물은 숭상할 바(대상)가 없게 되고 뜻[志]은 경영(추구)하는 바가 없게 되며 저마다 자신의 곧음[貞, 바름]을 따른다. 《노자38장 왕필주》 참고


Ⅴ. 노자 도덕경 왕필주의 숭본식말

  1. 노자52장 본말의 탄생 - 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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