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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 智異山 / Jirisan (2003, 2005, 2006, 2009, 2012년)

  • 지리산으로

    • 지리산(智異山, 1915m)은

      경남 함양군(咸陽郡)·산청군(山淸郡)·하동군(河東郡)과 전남 구례군(求禮郡), 전북 남원시(南原市)에 걸쳐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종착지에 웅대하게 솟았다. 지리산에는 천왕봉(天王峰)과 더불어 노고단(老姑壇)·반야봉(般若峰)등의 봉우리, 뱀사골·피아골·칠선계곡 등의 골짜기, 화엄사(華嚴寺)·쌍계사(雙磎寺) 등의 명찰들이 있다. 1967년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되었다.

    • 지리산 가는 길

      ¶ 구례터미널 -> 성삼재 가는 버스 이용
      ¶ 진주터미널 -> 중산리 또는 대원사 가는 버스 이용
      ¶ 동서울터미널 -> 백무동 가는 버스 이용

    • 지리산 안내도 

         

       

    • 산행코스

      ¶ 종주코스 : 노고단~벽소령대피소~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 (25.5km, 14시간 30분)
      ¶ 화엄사계곡코스 : 화엄사~연기암~중재~무넹기 (7km, 4시간)
      ¶ 중산리코스 : 중산리탐방안내소~칼바위~로타리대피소~천왕봉 (5.4km, 4시간 30분)
      ¶ 백무동코스 : 백무동탐방지원세터~장터목대피소  (5.8km, 4시간)
      ¶ 백무동코스 : 백무동탐방지원세터~세석대피소 (6.5km, 4시간 30분)
      ¶ 대원사코스 : 유평탐방지원센터~유평청소년수련원(밤밭골)~치밭목대피소~천왕봉 (8시간 10분)
      ¶ 노고단코스 : 성삼재주차장~무넹기~노고단대피소~노고단고개 (4.7km, 1시간)
      ¶ 거림코스 : 거림공원지킴터~세석대피소 (6km, 4시간)
      ¶ 피아골코스 : 연곡탐방지원센터~직전마을~표고막터~피아골 대피소~ 피아골 삼거리 (8.8km, 5시간)
      ¶ 뱀사골코스 : 반선-뱀사골탐방안내소-요룡대-병소-간장소-뱀사골탐방지원센터-화개재 (9.2km, 4시간 20분)
      ¶ 삼신봉코스 : 청학동탐방지원센터~삼신봉~상불재~삼성궁 (8.3km, 5시간)
      ¶ 반야봉코스 : 고단고개~임걸령~노루목~반야봉 (5.5km, 3시간 50분)

      ※ 링크 : 지리산대피소 예약, 칠선계곡탐방예약, 노고단탐방예약

  • 지리산에 들어

    • 성삼재~노고단 산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화엄사골 성삼재에서 바라본 산동면쪽 풍경

      섬진강과 구례읍 화엄사골 산자락


    • 성삼재~노고단 산길에서 바라본 풍경

      화엄사골 산자락 화엄사골

      화엄사골 산자락 무넹기


    • 노고단

       

       


    • 반야봉

      반야봉 반야봉

      반야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장터목에서 바라본 반야봉


    • 삼도봉~영신봉

       

       


    • 촛대봉

      촛대봉 촛대봉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산장 세석산장


    • 연하봉

       

       


    • 장터목

      장터목에서 바라본 반야봉 장터목

       


    • 제석봉    

       

       


    • 천왕봉 2003년

       

       


    • 천왕봉 2009년

       

       

       

  • 지리산을 되돌아보며

    • 생각나는 대로 1

      2003년 8월, 성삼재-세석대피소(1박)-천왕봉-법계사-중산리 코스로 지리산에 다녀왔다.

      조선시대 누군가 구름은 하늘에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보니 발밑에도 있는 줄 알게 되었다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1500미터 이상 되는 봉우리들이 연달아 늘어선 지리산 종주 릉선. 남한에서는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산. 둘레가 800여리에 이르는 웅장 광활한 산. 숱한 골짜기들, 산재한 문화유적들. 법계사에는 법계사가 빨치산의 지휘소였다는 안내판이 있고 벽소령에는 공비토벌 최후격전지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골골이 사연들이 배어있는 골짜기들을 좌우로 하고 아니 잠시 접어두고 산과 구름과 꽃을 즐기며 여름 지리산 종주에 나서보자.

      예전에 화엄사~노고단 코스를 타 본 적이 있다. 그 때 노고단 부근에서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서 눈속에 파묻힌 기억이 난다. 무릎정도까지 쌓인 눈이라도 바람이 골을 메워 깊어진 곳이 있었던 모양이다. 산행이 아닌 행락으로 달궁, 쌍계사 주변계곡, 화엄사, 천은사, 실상사 등을 돌아본 적이 있으나 종주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리산 종주 단독초행으로 가능할까? 변수는 날씨라고 생각했다. 대피소들은 8월말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 망설이다 그냥 출발. 어찌어찌 되겠지. 중산리쪽, 성삼재쪽 어느쪽으로 오를까 마음을 정하지 못하다 고속도로 갈림길에서 성삼재쪽으로 결정. 비내리면 방수외투하나로 버텨야 하는데...이른 아침 노고단 대피소 주변은 안개구름속이다. 나침판을 체크해보고 구름속 릉선 종주 나선다. 야생화와 산사진을 마음대로 찍어야 하기에 동행을 만들 수는 없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가 걷히고 이봉우리 저봉우리 이계곡 저계곡 모습을 드러낸다. 운이 좋군.

      종주 릉선은 길 잃을 염려가 없었다. 표지판이 워낙 잘 설치돼 있고 길이 뚜렷해서다. 체력만 있다면 아니 날씨가 좋다면 두려운 산은 아니다. 포근한 산이라고들 하는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천변만화하는 고산의 날씨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기본.

      입산 초기 한 등산객과 잠시 동행했다. 그는 열차가 연착하여 좀 늦게 산행을 시작했단다. 산 잘타는 사람은 지리산 종주가 하루 코스란다. 어떤 사람은 종주를 마치고 되돌아 오기도 한단다.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짧은 종주 코스는 35km 정도이니 가능할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로 온 한 등산객은 첫날 산행을 성삼재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 간다고 했다. 이튿날 산행거리를 감안하면 세석대피소까지 가는 게 좋은데 단체산행이라 어쩔 수 없단다.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는 약 17km, 세석대피소까지는 약 23km이다. 성삼재에서 아침 5시 반경에 출발하여 저녁 7시 반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으니 14시간 걸린 셈이다. 지도상 보다는 한두 시간 더걸렸다. 영신봉 오를 적에 세석대피소 방송소리가 들린다. 저녁 7시에 방배정을 하고 대기자 접수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8월 지리산 종주릉선길은 온통 꽃밭이었다. 잘가꾸어 놓긴 했지만 왠지 좀 화사해 보이는 초등학교 화단같은 꽃밭. 그런데 천왕봉~중산리 구간은 꽃이 거의 없었다.

      지리산 고추잠자리...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니 점심무렵이다. 사람들이 이곳저곳 둘러앉아 버너에 불붙이고 음식들을 해먹는다. 대피소 매점에서 산 컵라면을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을 적에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 내 나무젓가락 끝에 앉는다. 모른 척하고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어가며 젓가락질을 해도 이 녀석 자리를 고수한다. 젓가락질할 때마다 잠자리가 너풀거린다. 어쩌나 보려고 입김으로 쫓아보냈더니 한 바퀴 선회하고 다시 돌아와 앉는다.

      다음날이다. 천왕봉에 올라보니 잠자리떼가 하늘을 헤엄친다. 그 중 한 마리가 내 카메라 후드에 앉는다. 사진 찍는데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라서 그냥 두었더니 좀 쉬었다가 다시 하늘로 날아 오른다.

      세석평전 대피소1...국립공원 지리산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8월 말까지 지리산 대피소 사전예약이 이미 끝났단다. 세석평전 대피소 대기자 명단 끝자락에 들어 홀 입구 마루판에서 담요 깔고 잠잘 수 있었다. 한 사람 잘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아 뒤척일 때마다 옆 사람과 부딪친다. 또 밤늦도록 드나드는 사람과 새벽에 떠나는 사람들의 쿵쾅쿵쾅 발소리가 나무 마루판을 타고 귀를 울린다. 아침에 보니 밖에서 비박한 사람들도 있었다.

      세석평전 대피소2...새벽 목소리에 잠을 깼다. 방배정 받은 사람 하나가 배낭만 남기고 사라져 그 단체가 출발을 못하고 있다가 홀 입구 통로 근처 마루바닥에서 자고 있는 그 사람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 사람 왈 방이 너무 더워 밖으로 나왔다가 깊이 잠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밤새 드나드는 사람들이 출입문을 닫지 않은 덕분에 고지대 서늘하고 맑은 바람을 밤새 맛볼 수 있었다.

      천왕봉 아래 천왕샘이 있다. 아이 둘과 함께 중산리쪽에서 올라온 경상도 말씨의 한 등산객 왈, 예전에는 정상표지석이 조그마했고 문구도 경상남도 천왕봉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어느해 겨울에 천왕샘물이 마르더니 이듬해 여름까지 샘솟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궁리 끝에 정상표지석과 문구를 대한민국... 천왕봉으로 바꾸었더니 천왕샘에 물이 다시 솟았단다....믿거나 말거나...

      지리산 종주 릉선이나 대피소 대부분에서 이동전화 불통이다. 간혹 통화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시도해보지만 번번히 실패.

      천왕봉을 내려와 중산리에 닿고 보니 진주가는 버스편이 있을 뿐이다. 버스로 진주로, 버스 다시 갈아타고 하동으로, 다시 갈아타고 구례로, 구례에 당도해 보니 성삼재 가는 버스 막차는 이미 떠났다. 느긋하게 저녁식사하고 택시로 성삼재로 갔다. 택시기사 왈, 요즘 영업이 잘 안돼 대리운전도 한단다. 등산객 차량을 구례나 성삼재에서 중산리로 옮겨놓고 대중교통편으로 돌아오는 일도 한다며 다음에 또 오면 연락달라고 한다. 성삼재 주차장 주차비가 좀 많다. 밤비가 쏟아져 이튿날 주변 사찰 둘러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고속도로로 향했다. 산에서 내려온 다음에 비가 쏟아지다니 지리산은 나를 받아들인 셈이다.

      그 택시기사는 내 산행코스와 그 이후 코스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나 같은 바보가 많으냐고 물었더니 종종 있단다. 천은사쪽 매표소에다 대고는 '차 가질러 가요' 라고 말하라고 알려준다. 기사양반 약간 신나는 표정. 구례 버스터미날에 길게 늘어서 있던 택시들이 떠올랐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산, 지리산. 단 한 번 시도에 심통부리지 않고 날 받아준 지리산 땡큐. 언젠가 성삼재가 아닌 다른 곳 출발 종주를 해보고 싶다.

      무심결에 지나치다가도 무언가 주고 받으면 기억에 더 남는다. 로타리대피소에서 밥을 건네 주던 등산객, 힘들게 올라가면서도 내려가는 내게 초콜릿을 건네주던 등산객,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주고 받는다는 것, 그럴 수 있다는 것...머리로만 살던 사람도 산에 오르면 가슴으로도 살줄 알게 되는 것일까.

    • 생각나는 대로 2

      2005년 5월, 성삼재-노고단정상-반야봉 코스로 지리산에 다녀왔다.

      지난번 지리산 종주 때 시간을 아끼려고 노고단과 반야봉을 들르지 않고 지나쳤다. 이번에는 성삼재에서 노고단과 반야봉을 둘러보고 되돌아오는 코스를 골랐다. 성삼재-노고단고개-노고단-노고단고개-임걸령-반야봉-임걸령-노고단고개-성삼재.

      성삼재를 08:30에 출발하여 노고단고개에 09:50 도착하였다. 10:30에 노고단 문이 열려 노고단 둘러보고 내려오니 11:30이다. 노고단 고개에서 반야봉까지 3시간 남짓 걸렸고 반야봉에서 1시간쯤 놀다가, 반야봉을 출발하여 노고단고개까지 되돌아오는데 2시간 30분, 다시 노고단 고개에서 성삼재까지 1시간20분 걸렸으니 11시간 남짓 산에 머문 셈이다. 노고단 고개 오르내리면서 질러가는 길과 돌아가는 길을 다 밟았고 꽃사진 찍는 시간 포함해서다. 성삼재 승용차 주차비가 한 시간에 1천원, 하루에 1만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하루 4번 (10:30, 13:00, 14:30, 16:00) 노고단 탐방을 허락한다. 한번에 백명씩 들여보내는데 인터넷예약은 60명까지 받고 나머지는 노고단고개에서 접수를 받는다. 내가 찾은 그날은 인터넷 예약이 완료되었지만 예약하고 실제 찾아온 사람은 적었고 현장접수 인원이 더 많았다.

      노고단(老姑壇, 로고단, 1507m)은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의 3대 주봉이다. 노고단에 서면, 남쪽으로는 왕시루봉쪽 산등성과 그 둘레 골짜기가 한 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벌판 너머로 종석대와 성삼재가 내려다 보인다. 북쪽으로는 만복대쪽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 줄기가 늠름하게 솟았고, 동쪽 가까이 반야봉이, 멀리 아스라히 천왕봉이 솟았다. 그야말로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인 곳이다. 이런 장쾌한 조망을 가진 봉우리가 또 어디 있으랴 싶다.

      노고단 탐방을 안내하던 국립공원직원이 노고단 정상에서 맨발로 걸어 보란다. 백두산에서 뻗쳐온 기가 이곳에 모여 있단다. 몇 사람이 실제로 신발과 양말을 벗는다. 어떤이는 나무 바닥 전망대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기기도 했다.

      반야봉(般若峰, 1732m)은 높이 솟은 데다 생김새까지 특이하여 지리 주릉선 곳곳에서 눈에 잘 띈다. 지리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나무가 없는 노고단 보다야 탁 트인 맛은 없지만 지리 주릉선의 토끼봉과 멀리 촛대봉 천왕봉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노고단과 그 둘레 골짜기들을 조망할 수 있다. 북쪽 쟁기소 가는 길은 공원측에서 막아 놓았다.

      반야봉 정상 돌탑 가까운 곳, 구상나무 아래에서 철쭉 군락과 천왕봉과 토끼봉, 피아골, 노고단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막걸리를 마셨다. 다음에는 반야낙조까지 보리라. 반야봉 오름길을 빼면 돼지령~노루목 구간은 상쾌한 산책길이고 성삼재~노고단고개길도 완만한 산책로라 가벼운 마음으로 반야봉에 다녀올 수 있었다. 중간 임걸령 샘물맛도 보고...

      노고단고개에도 노고단처럼 돌탑을 쌓아 놓았다. 노고단고개에서는, 종주릉선 가는 길과 노고단 대피소 가는 지름길 및 송신탑쪽으로 돌아서 노고단 대피소 가는 찻길로 갈라진다. 종주 나서는 사람에게는 길잡이 팻말이 뚜렷하지만 종주해 오는 사람에게는 길잡이 팻말이 뚜렷하지 않다. 첫 종주인 듯, 내려가는 길을 내게 묻는 이도 있었다. 송신탑쪽 길에는 섬진강 전망대가 있다. 그 길을 걷다보면 노고단 대피소 옆에 옛 건물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게 숲 사이로 언뜻 보인다. 예전 선교사들이 여름 별장으로 쓰던 건물이리라.   [2005-09-20 작성] 

    • 생각나는 대로 3

      2006년 7월, 구두 신고 성삼재에서 노고단 자락에 다녀왔다.

      구례 지나 천은사 매표소 지날 적만 해도 차량 에어콘이 켜져 있었다. 노고단 오르는 굽이굽이 산길로 접어들자 다들 창문을 열고 산내음 맡으며 에어콘을 끄잔다. 고도를 높이며 시암재 지나 성삼재 이르니 선선하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가는 길에서는 약간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그 옛날 외국인 선교사들이 노고단에 별장을 둔 것도 여름 한철 이곳에서 시원하게 지내고 싶어서였으리라.

      성삼재에서 바라다 보이는 원경이 환상적이다. 동료의 카메라를 빌려 사진을 찍었으나 조작이 서툴러 촛점이 맞지 않았다. 코재에 올랐을 적에 멀리 보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그 사이에 카메라 조작법을 익혀 노고단 자락에서 촛점 맞은 사진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愛別離苦의 행렬을 뒤따르며 틈틈이 사진을 찍는 게 한편 미안한 마음도 들었으나 망자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지리산은 역시 꽃 산이다. 왼갖 꽃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느 숲속이 불붙는 듯 붉어 들여다 보니 지리터리풀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2006-07-26 작성] 
       

    • 생각나는 대로 4

      2006년 9월, 성삼재-벽소령-음정마을 코스로 지리산에 다녀왔다. 차를 백무동에 주차하고 택시로 성삼재로 이동(3만5천원), 산에 들어 노고단 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지리산 종주에 나섰으나...

      연하천대피소에 이르자 빗줄기가 굵어진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 가는 길에 비바람이 몰아쳐 길은 미끄럽고 바위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느라 걸음은 더디다. 고어텍스 자켓도 시간이 지나니 젖어들고 잠시 쉬노라면 으슬으슬 춥다. 날도 어두워지고 산객도 눈에 띄지 않아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자리 배정을 받고 보니 빈자리도 있다. 지리산 날씨가 흐리고 비오리라는 예보에다 태풍 '산산'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산객들 상당수가 이튿날 음정마을로 하산하였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이십여분 내려가자 찻길이 나오고 트럭도 한 대 올라와 있다. 이 길은 음정마을까지 이어진다. 음정마을쪽 지리산 휴양림에서 배낭없이 산책삼아 벽소령에 오르는 이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음정 마을 닿고 보니 버스가 떠난 직후다. 음정마을에서 택시를 불러 백무동으로 이동(1만원),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남는 시간에 실상사와 백장암을 둘러보았다.

      백무동에 차를 두고 택시로 성삼재로 이동하여 산행 시작, 벽소령대피소 1박, 장터목 대피소 1박, 천왕봉 다녀와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2박3일의 여유있는 산행 계획을 세웠더랬다. 날씨가 좋지 못하여 반토막나고 말았지만 벽소령에서 음정마을 가는 길가에 피어난 산꽃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리라.
       

    • 생각나는 대로 5

      2009년 8월, 백무동-한신계곡-세석대피소(1박)-연하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1박)-제석봉-천왕봉-장터목-백무동 코스로 지리산에 다녀왔다.

      백무동 버스터미널 윗단 주차장에 주차하였다. 등산 전이나 하산 후에 주차비를 받는 이는 없었다.

      첫째날, 백무동에서 세석 가는 길. 산 기슭 가내소 자연관찰로는 폭포를 옆에 끼고 다리를 건너며 완만하게 이어지나 그 위쪽은 된비알에다 마른 계곡인지 길인지 헷갈리는 곳도 있었다. 안개구름속 늘어진 밧줄이 때로는 길잡이가 되기도 하였다.

      둘째날, 이번 산행은 연하선경에 흠뻑 빠져들고 싶어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를 하루 산행 코스로 잡았더랬다. 하지만 비내리고 구름끼어 십수 걸음 앞길도 어슴푸레하였다.

      점심 무렵 붐비는 장터목을 지나 텅빈 제석봉 전망대에 앉았다. 예전에 못보던 전망대다. 비안개 속이라 천왕봉은 가지 않기로 하였다. 아무도 없는 전망대 한켠에 배낭을 가리개 삼아 먹을 거리를 펴놓고 먹고 마셨다. 술잔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구름이 이따금씩 코앞을 스쳐 지나간다. 언제 다가왔는지 한 산객이 내 등뒤에서 '신선이 따로 없네' 하고 사라진다.

      이번 지리산 산행은 대피소 예약 없이 갑작스레 나섰더랬다. 날이 궂어 세석 대피소에서는 중앙 홀이 남아돌았고 장터목에서도 한데잠 자는 이 없이 잠자리 배정을 받았다. 세석대피소에서는 대기자 가운데 고령자를, 장터목대피소에서는 여자와 어린이를 우선 배정하였다.

      장터목 대피소에서는 천왕봉실을 입실시간(하절기18:00, 동절기17:00) 전까지 항상 개방한다. 비안개 몰아치는 오후에 천왕봉실에서 푹 잤다. 저 아랫마을에는 무더위가 기승이라는데 장터목 온도계는 이날, 최저 14℃, 최고 16℃, 현재기온 15℃를 가리키고 있었다.

      셋째날, 새벽까지도 장터목 대피소 창밖은 비안개다. 느지막이 짐을 꾸리고 아침을 먹던 차에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힌다. 구름 위로 반야봉에 봉긋 솟았다. 곧바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바꿔, 배낭을 장터목대피소 천왕봉실에 놔두고 천왕봉에 다녀왔다.

      누구의 작품일까?  삼각산 사모바위 언저리에서처럼 천왕봉에 인공적인 돌광장 (헬리포트?)을 만들어 놓았더라. 천왕봉 찾은 한 산객의 옷차림이 참 경쾌하다. 웃음을 선사한 그 산객에게 감사드린다. 천왕봉에서 휴대전화를 켰다. 식구에게 전화하여 소원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하였다. 여기가 천왕봉임을 알리려고 일부러 그리 한 것이다.

      장터목에서 하동바위 거쳐 백무동 가는 산길은 완만하고 비교적 편한 길이나 숲속 길이라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2009-09-28 작성]

    • 생각나는 대로 6

      2012년 5월 13일, 노고단 털진달래 보러 노고단에 올랐으나 아직 꽃망울 상태였다.  이레 뒤 노고단을 다시 찾았으나 지리산털진달래는 꽃망울을 제대로피워보지도 못하고 몽조리 스러졌더라.

      그로부터 보름 뒤, 한라산 철쭉과 털진달래를 보러갔으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모두가 이상기온 때문인 듯하다.  [2012-08-2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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